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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에 있어서의 정신

 

Jean-Louis Ferrier

 

 추상과 추상성은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다. 즉 추상이란 물질의 본질에 의존하지 않는 임의의 기호 그리고 이것과 어우러진 어떤 요소와 신호를 통해 하나의 영역을 설정하고, 이 안에서 자신의 흔적과 성취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를 구성원으로 한다. 반면 추상성은 하나의 세계를 수반하는데, 이것은 내부에서 외부로 향한 활동으로 한 개체 안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두 관점을 모자람 없이 종합하여 정돈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의 예술가들이다. 이러한 흐름은 예술작품을 제작함에 있어서 위의 두 요소가 다른 표적의 생명력으로 존재하며, 동시에 서로 혼합되어 나타나는 것을 흔히 만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장승택의 작품에도 나타나는데, 원작보다는 근작에서 추상과 추상성의 두 카테고리 안에서 추상성을 향한 움직임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화면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융'에 의한 심리적인 전개에서 비롯되는 어떤 원형적 개념을 이야기하고자 함인데, 이러한 요소는 이전 작업에서 현재로 이어지며 별다른 변화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를 추상화시키고자 하는 작업은 더 가중되어 깊이있는 진보를 보이고 있다. 추상화를 흔히 장식적인 것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예를 들면 꽃잎의 표면과 꽃의 영감으로 시작되어 꽃의 질감이 인식될 수 있듯이 회화에서 정신적인 소재를 변화시키기 위하여 많은 노력과 내적인 힘은 필연적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내적인 힘의 활동은 장승택의 작업으로 이어진다.

 장승택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서로의 영향 아래에서 비롯되는 순환의 충동으로 이루어지는 내용인데, 정지된 상태에서의 영혼과 바라보는 작업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검은색과 회색, 흰색의 활동으로 전개되며, 각각 나타나는 외관과 빛의 감성이 절제를 통하여 표현된다.

 빛에는 감각적인 요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영감과 지성을 함께 포괄한다. 즉 생명, 죽음, 존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빛은 일상에서 보여지는 평범한 빛이기도 하고 회화를 통해 전개되는 특수한 빛이기도 하다. 형태 안에서 섬광을 기초로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빛은 현실을 사로잡는다. 바로 이것이 장승택의 화면에 나타나는 물질과 영혼이다.

 

1990 최갤러리 전시 서문